얼마 전에 Tottenham Hotspur 의 공격수 손흥민 선수가 유럽 무대 121 번째 골을 넣으며 국내 언론에서는 큰 화제가 되었고 일부 유럽 언론에서도 이슈로 다루어졌습니다.

국내 언론 뿐만 아니라 해외 언론이 뽑은 제목에 공통적으로 거론된 이름이 있었습니다.

차붐, 차범근 이었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축구 해설가로 또는 두리 아빠로 알려진. 어린이들에게는 가끔 TV 에 나오는 할아버지? 로 알려져 있는 분이 바로 차붐입니다.

손흥민이 영국 기자와 인터뷰 중에 차붐의 기록과 같아졌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에 손흥민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제가 감히 비교될 수 없는 분인데 자꾸 비교가 되는 것부터가 송구스럽고….”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 스타이며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1순위 스포츠 스타인 손흥민이 도대체 왜 차범근과 본인을 연관 짓는 이야기를 할 때 마다 손사래를 치며 꼭 무슨 불경죄를 지은 사람인 것 처럼 반응하는 걸까요? 근데 이런 반응은 손흥민이 처음이 아닙니다. 2002 년 4강 주역이며 Manchester United 에서 소금같은 존재로 활약을 했던 박지성 선수도 차범근 이름 뒤에 항상 선생님이라는 칭호를 붙이며 존경심을 드러냈었습니다.

차붐이 한창 날리던 시기에 유년기였던 우리 세대들은 차붐이 얼마나 골을 잘 넣고 신나게 뛰어 다녔는지 직접 보질 못했습니다만 Internet 시대 Mobile 시대가 되면서 차범근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통해 그가 얼마나 위대한 선수이고 대한민국이 자랑할 만한 선수 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 에피소드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Episode 1

남미는 유럽과 함께 전 세계 축구를 양분하는 축구 최강입니다. 남미에 양대 산맥은 여러분들도 너무 잘 아시듯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입니다. (갑자기 크라잉넛의 아르헨티나가…. ^-^) 아르헨테나 국민들이 생각하는 가장 위대한 축구 영웅은 메시가 아닌 마라도나 입니다.

마라도나가 아르헨테나 국내 리그에서 유럽리그로 첫 발을 내디딘 곳이 바로 이탈리아 무대입니다. 이탈리아의 AC Milan 과 Naples 클럽이 애초 영입 대상은 마라도나가 아닌 차붐이었다는 것입니다. 당시 독일 Bundesliga Frankfurt 에서 주축 선수로 활약하던 차붐에게 Milan 과 Naples 가 영입 제안을 했으나 조건이 맞지 않아 두 클럽 모두 포기를 하고 Naples 가 그 대안으로 선택해서 영입한 선수가 바로 축구 신동이라고 불리던 마라도나 였고 Naples 는 이후 이탈리아 Seria A 의 최고 팀으로 승승장구 하게 됩니다.

Episode 2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독일과 파라과이 경기를 해설하던 차붐은 독일 대표팀의 경기력과 정신력에 대한 비판을 했습니다. 당시 독일 국가대표 감독이었던 ‘루디 펠러’는 이 말을 듣고 차붐을 향해 “레버쿠젠에 있을 때 아스피린을 너무 많이 먹은 게 아니냐”라며 농담 섞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죠. 이 말을 들은 독일 시민들은 “차붐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라며 자국 대표팀 감독인 루디 펠러에게 거센 비난을 했었는데 결국 차붐에게 찾아가 사과를 하는 사건까지 벌어지게 됩니다. 독일 팬들이 여전히 차붐을 영웅으로 대우하고 있다는 반증인 것 같습니다.

Episode 3

독일은 다른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 처럼 축구가 그들의 생활의 일부입니다. 주중에 일 하면서 쌓인 피로를 축구장에서 풀거나 PUB 에서 맥주 한잔에 축구 중계를 보는 것으로 날려 버리는 이들이 바로 유러피언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이 그렇습니다. 그만큼 축구가 일상생활에 녹아 들어 있는 사람들입니다.

독일로 유학 간 유학생이 입국 심사를 받을 때 들었던 이야기랍니다.

입국 심사관 : 독일 방문 목적이 뭐냐? 어디에서 왔느냐?

유학생 : 한국에서 온 유학생입니다.

입국 심사관 : 차붐은 잘 있습니까?

유학생 : 아…. 네….

정말 띠옹~~~~~ 입니다. 그 분이 아마도 어린 시절에 차붐의 축구를 보면 자란 것 같습니다.

Episode 4

여러 축구 스타들의 차붐과 얽힌 일화들입니다.

Manchester United 를 전 세계 최고 인기 구단으로 이끌었던 알렉스 퍼거슨 경. 평상시에 기자들을 상대로 막말을 하고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너무 소리를 질러서 헤어드라이어 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세계적인 명장입니다. 차붐이 프랑크프르트 에서 활약을 하던 당시 FC 에버딘 감독이었던 퍼거슨 감독은 차붐이 있던 프랑크푸르트와의 경기 후 그를 향해 “우린 차붐을 막을 수 없었다. 해결 불가능한 존재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박지성에게도 차붐의 안부를 물었다고 하더군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독일 대표팀이 입국하면서 주장이었던 스타플레이어 ‘발락’이 남긴 말입니다. 그는 입국 당시 ‘한국에 너무 와보고 싶었습니다’, ‘차붐은 나의 우상입니다’라는 말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당시 발락이 남긴 말을 들은 수많은 축구팬들은 차범근의 영향력이 독일에서 어느 정도인지 확인시켜주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EPL 역사상 유일하게 무패 우승을 이끌었던 아스널의 벵거 감독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엄지 척’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화제가 됬었습니다. 당시 중계를 하고 있었는데 영국 아나운서가 부스 옆에 있던 차붐을 발견한 것이죠. 이어 벵거는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했던 엄청난 스타입니다. 리그를 주름 잡았던 위대한 스타였죠”라는 말을 남긴 뒤 차붐을 보며 엄치를 추켜 올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차범근은 2010년 골닷컴 당시 인터내셔널이 선정한 ‘분데스리가 용병’ 3위에 선정되기도 했죠. 

Episode 5

프랑크푸르트는 독일에서 가장 현대화된 대도시 중에 하나로 독일의 관문 역할을 하는 도시입니다. 프랑크푸르트 마인(Main) 공항은 유럽 전역에서도 규모가 큰 대표적인 Hub 공항입니다. 독일인들의 특성대로 아주 잘 정리되고 깨끗한 (특히 드러운 드골 공항에 비해서 ^_^) 공항입니다. 프랑크푸르트 축구 경기장과 연결되어 있는 지하철 역의 철로 기둥에는 프랑크푸르트 팀을 빛 낸 역대 레전드들의 그림이 붙어 있습니다. 그 한 가운데에 검은 머리에 우람한 허벅지를 자랑하는 분이 한 분 있는데 바로 차붐입니다. 도시를 개발하기 위해 기존 것들 부수고 다시 건물을 짖는 우리와 달리 기존 것을 웬만하면 부수지 않은 유럽인들의 특성을 생각하면 아마 100년 이상은 그 자리에서 차붐의 위용을 보여줄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몇 안 되는 영웅이 있습니다. 워낙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은 우리이다 보니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뛰어난 영웅은 거의 없어 보이고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영웅들이 대부분 문화 예술계나 스포츠 스타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이 조그맣고 힘없는 나라의 위상을 높인 분 중에 한 분이 차붐인 것 같습니다. 워낙 남을 칭찬하는 것보다는 까내리고 욕하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월드컵 감독하다가 중간에 짤렸다느니 돈 벌려고 국가 대표 경기를 일부러 안 뛰었다느니 차붐을 비난하거나 애써 깍아 내리는 사람들이 일부 있습니다. 그러나 선수 은퇴 후 한국에서 갖은 비난에 휩싸여 있는 차붐을 감독으로 모셔가겠다는 독일 클럽들의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난 한국인이고 한국 어린이들이 즐겁게 축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천직이라며 한국에 남아 있는 미련한 사람이 차붐입니다.